1990년대의 한 초등학교 교실. 선생님은 반 학생들에게 장례희망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을 했다. 각자 종이를 오려 자기 사진을 붙인 후 그 밑에 장례희망을 적으면 그것들을 반 뒤에 있는 게시판에 붙이는 과제였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고민 없이 장례희망을 적어가는 와중, 한 소년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주위 친구들이 무엇을 적었나 둘러보면 모두 "판사, 변호사, 의사, 간호사, 과학자"와 같은 직업들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사'자 직업을 적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걸 보며 소년은 생각했다.

'어디서 들어는 봤지만 저 직업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다들 대단하네..'

사실 소년이 생각한 장례희망은 특정한 직업이 아니었다. 그냥 커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건 줄 알았는데 다들 하고 싶은 직업을 적으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난 크면 그냥 돈 많이 벌고 부자되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맛있는거 먹고 싶은데 쩝..'

하지만 남들이 다들 직업을 적는 와중에 혼자서만 다른 걸 적을 수도 없고, 내향적인 성격 탓에 선생님한테 질문도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해당되는 직업이 있는 지도 몰랐던 소년은 그냥 옆자리에 앉은 짝궁이 적은 '과학자' 라는 단어를 따라 적고 제출하였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후, 금전적으로 부자가 되진 못하였지만 호기심만은 부자가 된 청년은,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배낭 하나만 메고 2년 동안 전세계를 떠돌게 된다.

그렇다. 이건 내가 전세계를 유랑한 2년 동안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