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 혼자 다니는 것과 누군가와 함께 다니는 것엔 각각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리우는 카트만두의 타멜에서는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한 장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이 곳은 말 그대로 배낭 여행자들이 모이기 쉬운 곳이라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인 곳이다.

타멜은 허름하지만 배낭여행자에게 필요한 시설들이 모두 갖추어져있고 하루에 천루피, 한국 돈 만원 이하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물가도 저렴하다. 또한 트레킹 준비나 인도 비자와 같이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처리하며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기에 자연스럽게 여행자들을 오래 머물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생각치도 못한 만남과 교류를 만들어내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어딜가나 마음에 맞는 여행자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여행자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그 안에 나와 맞는 사람이 있다는 보장은 없으며, 그런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홀로 타멜에 와서 홀로 지내는 사람들은 금방 떠나가기 마련이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 거 같았다. 인도 비자를 기다리는 일만 없었어도 바로 떠났을 이곳. 하지만 카트만두에 오고 3일째가 되던 밤. 내가 묶고 있던 호스텔은 4인실이었는데 그곳에 2명의 청년이 체크인 했다. 스위스인 M군과 말레이시아인 H군. 그들은 이전에 대만에서 만났고 이번에 네팔에서 다시 만나 트레킹을 함께 한 후 카트만두로 돌아온 것이었다. 밖에 나가봐야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방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죽이 잘 맞는 것이었다. M군은 반년동안 영어를 가르치며 네팔에 체류 할 예정이었고, H군은 비행기 일정까지 10일정도 남아서 당분간 이곳에 있을 거라 했다. 난 다음 날 원래 숙소를 옮길 생각이었지만 이들과 같이 지내는게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 이 방에 계속 묶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간밤에 우리 방에는 모르는 사람이 자고 있었다. 그는 어제 새벽에 체크인한 베트남계 미국인 T군. 그 역시 아무 계획 없이 한달 휴가로 네팔에 온 것이었다. 자기 지인이 뭘 할지는 일단 가고 나서 생각해보면 된다고 해서 무작정 왔단다. 얘기하다 보니 역시나 죽이 잘 맞아서 우린 카트만두에 있는 동안 4명이서 같이 다니게 되었다.

우리의 일정은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누군가가 '야 오늘은 뭐하지?' 라고 말하면 다른 누군가가 '몰라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해보자' 라고 대답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거의 매일 같이 숙소 앞의 같은 식당에서 같은 아침 밥을 먹으며 우린 하루의 계획을 짰다.

"어제는 저쪽 방향에 가봤으니 오늘은 이쪽 방향으로 가보자."

이게 우리의 계획의 전부였다. 딱히 어디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가본 방향을 향해 끝 없이 걸으며 탐방 해보는 것. 그렇게 걷다보면 유명한 관광지에 도달할 때도 있고, 관광객들이라곤 보이지 않는 한적한 동네에 가서 현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얘기를 들어 볼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오전 중엔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 탐방을 나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다가 끝난 날도 있었다. 매일 저녁은 같은 식당에서 달밧을 먹고, 8시부터 반값 떨이 세일하는 빵집에 가서 후식으로 먹을 빵을 사고, 밤엔 숙소 옥상에서 술 한잔 하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별 거 아닌데 여행을 시작하고 이렇게 지내본게 처음이라 그런가 난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었다. 계획 없이 그냥 좋은 사람들이랑 보내는 여유있는 나날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한번 쯤 해볼만 하다.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땐 내가 가장 초보 여행자였기에 그들의 여행 경험과 이야기를 들으며 동경하기도 했는데, 그로부터 2년 후, 난 그들 중 누구보다도 경험이 많은 여행자가 되어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다. 카트만두에서 헤어진 후 나를 제외한 3명은 다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고, 난 여행을 계속하며 그들의 집을 찾아갔다.

여행이 끝난 지금, 아직까지 그들과는 간간히 연락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도 좋은 추억을 갖고 있던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거 같다. 지금은 각자의 삶이 바쁘지만, 언젠가 다시 넷이 모여 이 때처럼 타멜에서 노닥거리다가 네팔에서 함께 트래킹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조식이 포함된 호스텔이었지만 정전이 일어나면 먹을게 없었기에 매일 아침 찾아간 식당.

그곳에서 매일 먹던 짬바 라는 메뉴. 미숫가루와 비슷한 맛이 난다. 곡물가루에 우유, 버터, 설탕을 넣어서 섞어서 먹는다. 이유는 모르지만 H군은 이 짬바에 미쳐서 나중에 이 가루를 대량구매했다.

M군의 소개로 알게 된 달밧 전문점 타칼리 키친. 네팔에도 부족이 몇개 있고, 부족에 따라 요리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이곳은 타칼리 부족 스타일의 달밧을 파는 곳. 우린 하루 1 달밧을 점심 혹은 저녁에 이곳에 와서 먹었다.

이게 타칼리 달밧. 달밧은 네팔의 백반 같은 것인데, 기본적으로는 모든게 무제한으로 리필이 가능하다. 어느 달밧이든 기본은 채식메뉴이고 여기에 추가로 치킨과 같은 고기를 시킬 수 있다. 고기는 리필 안된다. 달이라고 불리우는 소스를 밥과 다른 채소와 기호에 맞게 섞어서 같이 먹으면 된다. 여러 곳에서 달밧을 먹어봤지만 여기 달밧이 나에겐 가장 맛있었다.


여행자들이 공유한 네팔 여행에 대한 정보, 경험, 그리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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