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써다에 있는 티벳불교학교, 포슈유엔에 대해 알게 된건, 러시아의 알혼섬에서 함께 했던 B군을 상해에서 다시 만났을 때 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B군이 꼭 가봐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추천을 했기에 나도 이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이곳에 갈 땐 딱히 정보가 없었기에 사천성 성도에서 써다로 가는 버스를 타고 무작정 떠났다. 새벽 6시에 출발한 버스는 7시간이 지난 후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얼마가지 않아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여기서 이대로 고립되는건가 싶었는데, 운전사 아저씨는 타이어를 대충 땜질하더니 다시 출발했다.

그렇게 10분을 달렸을 무렵. 아무것도 없는 산골짜기 비포장 도로 갓길에 갑자기 차량 수리센터가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가능한건가. 이 수리센터에서 여길 지나는 차들이 빵구나도록 길에 덫을 설치해놓은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타이어를 완벽하게 고치고 버스는 안전하게 다시 출발 할 수 있었다.

어느 덧 해는 지고 밖은 어두워졌다. 버스 안에 승객이 10명도 없었는데, 난 도대체 어디서 내려야하는건지, 포슈유엔 근처에 숙박시설은 있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버스를 탄 거 였기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날이라도 밝으면 어떻게 걸어다니면서 찾아보기라도 할 수 있을텐데, 밖은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다.

불안해진 난 주변에 있는 승객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혹시 포슈유엔으로 가시는 분들 없으신가요?"

그러자 마침 옆자리와 뒷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거기로 갈거야~"

그들의 숙소가 궁금했던 난 물었다.

"혹시 오늘 어디에서 묶으실거에요?"

그러자 그들 중 한명이 대답했다.

"내가 어디 가야되는지 알아. 여긴 이미 7번정도 와봤거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 속에 버스는 갑자기 멈췄고, 기사 아저씨는 포슈유엔 가는 사람들은 여기서 다 내리라고 했다. 난 다른 승객들과 함께 내렸다. 나를 포함하여 내린 승객들은 총 4명. 우리를 어둠 속에 남겨두고 버스는 유유히 떠나갔다.

참으로 다행이다. 정말 밖은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어떻게 하지를 못했을 것이다. 7번이나 와봤다는 청년이 자기가 맨날 가는 숙소가 있다며 자기를 따라오면 된다고 했기에 우린 모두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그를 따라 갔다.

10분쯤 걸으니 멀리서 빛이 보였고, 우린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어느 허름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여기야. 내가 맨날 자는 곳. 여기 사장이랑 내가 친하니깐 가격 협상하고 올게."

우리를 가이드 해준 청년은 그렇게 말을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다 됐어. 방 2개 구했으니까 2명씩 한방으로 들어가면 돼."

그렇게 청년은 다른 아저씨와 한방을 쓰고, 난 내몽골 출신 아저씨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방은 안에 화장실이 있고 침대가 2개 놓여있는 심플한 방. 짐을 풀자마자 아저씨는 말했다.

"우리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난 딱히 배고픈건 아니었지만 아저씨와 함께 따라 나갔다. 근데 어두워서 뭐가 잘 보이지도 않고 둘러봐도 식당은 반대편에 있는 허름한 가게 한군데 뿐이라 우린 그곳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으며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는데 내 중국어 수준이 높지 않기도 하고 아저씨의 억양이 표준어랑 다르기도 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하였다. 난 고기국수를 시켰는데 아저씨는 채식주의라며 야채국수를 시켰다. 내몽골 출신에 덩치도 큰데 채식주의 라는게 조금 의외였다.

아저씨는 평소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곳에는 일주일 정도 불교 공부를 하려고 찾아왔다고 한다. 아저씨 말로는 우리가 오늘 묶는 곳은 포슈유엔으로 올라가는 입구이며, 포슈유엔으로는 차를 타고 올라가야한다고 하기에, 내일 아침에 같이 차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난 괜찮다고 했지만 아저씨는 자기가 사겠다며 계산을 대신 해 주었고, 국수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았는지 만두를 포장하고 우린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씻고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매우 추웠지만 전기담요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이불 속은 따뜻했다. 자려고 하는데 아저씨는 갑자기 가방에서 작고 길고 투명한 빨대 같은걸 꺼내더니 나에게도 하나 건내며 말했다.

"이거 마셔. 고산증 예방에 좋아."

"이게 뭔데요?"

"이거 포도당인데 마시면 고산증 안걸린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말을 하곤 아저씬 투명한 액체를 원샷했다. 난 이걸 마셔도 되나 조금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아저씨가 마시길래 나도 마셨다. 맛은 포도당 맛이 맞긴 했다.

"하아 하아.. 야 근데 난 왜이렇게 배가 고프냐?"

아저씨는 우리가 같이 방에 체크인 한 이후부터 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내가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끊임없이 말을 할 정도로 말이 많았는데, 갈수록 숨소리가 거칠어져 갔다. 우리가 있는 곳은 고도가 4천미터 가까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난 고산증이 의심되었다.

난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배 고파도 더 이상 안먹는게 좋을 거 같아요. 고산증 걸릴 수도 있어요."

그러자 아저씨 왈.

"야 우리 지금 포도당 먹어서 괜찮아. 그리고 우리 하루종일 버스 탄다고 제대로 밥 먹지도 못했잖아. 배고픈건 어쩌면 당연한거야. 난 포장해 온 만두나 좀 더 먹고 잘테니깐 넌 먼저 자."

"네 그럼 전 먼저 잘게요!"

그렇게 난 따뜻한 이불 속에서 편히 잠들었다. 하지만 몇시간 후. 이상한 괴성에 난 잠이 깼다.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눈을 뜨고 옆 침대를 보니 아저씨의 모습은 없었다. 소리를 들어보니 화장실에서 토를 하고 있는 거 같았다. 고산증에 걸린 것이 확실했다. 그렇게 10분여 동안 아저씨가 토하는 소리를 듣고, 도와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아저씨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누웠다. 아저씨가 민망해 할까봐 난 그냥 자는 척을 하기로 했고, 그러다 다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또 다시 몇시간 후, 난 어떠한 인기척 때문에 다시 잠이 깼다. 잠이 깨자마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냐흠보래라아나보래라흠보래라한냐흠보래라아나보래라..."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눈을 뜨고 옆을 봤더니, 달빛이 아저씨가 침대 위에 앉아 손바닥을 마주하고 눈을 감고 무서운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3시. 고산증 증세 때문에 이상해진건가 싶었는데, 손에 들려진 염주를 보고는 불경을 외우고 있는거라 짐작할 수가 있었다. 고산증 증세의 고통을 불경을 외움으로서 승화시키고 있는건가.. 평생동안 처음 마주해 본 이 상황이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일련의 해프닝이 지나고 찾아 온 아침.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던 아저씨는 내가 일어나자마자 말했다.

"야 간밤에 나 엄청 토했다."

"정말요? 몸 괜찮은거에요? 고산증 걸린거 아니에요?"

난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것 처럼 대답했다.

"머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괜찮다. 토해서 그런가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가자."

배가 고프다는 걸 보니 고산증 증세가 호전이 되긴 했나보다. 나도 이전에 한번 고산증을 걸려봤지만, 고산증에 걸리면 토하고 머리가 엄청 아파서 배고픔도 못느끼고 밥도 안넘어간다. 그러다가 두통이 사라지면 갑자기 엄청 허기진데, 이건 고산증이 나았다는 증거다. 근데 이게 원래 그렇게 빨리 낫는 증상이 아닌데, 아저씨는 정말로 불경의 힘으로 극복한 모양이다.

어젯밤에 나왔을 땐 몰랐는데 우리가 먹은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군데 더 식당이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가 메뉴는 만두와 두유 밖에 없어서 우린 그것들을 시켰다.

"고기 만두 한판이랑 야채 만두 한판이요!"

이윽고 식당 주인 할머니는 우리 앞에 만두가 올려진 접시를 하나씩 놓아주셨다. 아저씨는 만두를 하나 집어 먹더니 갑자기 바닥에 뱉어내며 말했다.

"퉤퉤! 아 이거 고기 들었잖아! 야 이게 너거다."

할머니에게 물어보고 먹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아침부터 개그를 시전하는 아저씨의 엉뚱한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그렇게 접시를 바꾸고 만두를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비구니 2분이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아저씨가 나섰다.

"잠깐만요.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

비구니분들도 나도 식당 주인 할머니도 순간 다들 같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2초 후 정신을 차린 비구니 분들은 아저씨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였다. 하지만 아저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계산하게 해주십쇼! 여러분이 불교 공부를 하고 수련을 하는데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건 이런 거 밖에 없습니다!"

비구니 분들이 아무리 거절해도 아저씨는 막무가내 였다. 그렇게 결국 아저씨는 계산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와 남아있는 만두를 마저 먹었다. 어제 저녁은 내가 얻어 먹었기에 오늘 아침은 내가 내려고 했는데 아저씨는 끝끝내 자신이 계산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한 뒤, 아저씨와 나는 포슈유엔으로 올라가는 차를 구해서 같이 타고 포슈유엔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앞으로 5일 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불교 공부를 하고, 난 동네를 둘러본 후에 조장을 보고 바로 써다현 마을로 갈 거라서 우린 이곳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서로의 위쳇 아이디를 교환한 후, 떠나가는 나의 등 뒤에서 아저씨는 말했다.

"세계 여행 잘하고 가끔 소식 들려줘!"

그 이후에 아저씨에게선 가끔 연락이 와서 나의 소식을 간간히 전했었는데, 유럽에서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한 이후, 새로운 핸드폰에 위쳇을 다시 설치했는데,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건지 친구 목록이 리셋되서 아저씨의 연락처를 잃어버렸다.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준 아저씨. 연락이 올 때 마다 아저씨의 첫마디는 항상 이거였다.

"샤오하이즈 (꼬마야), 잘 지내고 있지?"

네 아저씨.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저씨도 잘 지내시죠?


우리가 묶은 여관

우리가 묶은 방. 이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날 처음 만난 고산증에 걸린 사내가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섭지 않겠는가.

밤엔 어두워서 몰랐는데 아침에 나와보니 이곳은 폭격을 당한거 처럼 보일 정도로 엄청 삭막한 동네였다.

아저씨와 함께 먹은 만두. 겉으로만 봐선 어느게 야채고 어느게 고기 만두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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